인도성지순례의 길을 오르면 반드시 들르는 곳이 있다. 바라라시의 갠지스강가에는 무수한 사람들이 삶과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 이른 새벽 강가에는 흰 연기를 내면서 화장을 하는 장면, 강물에서 목욕을 하고 양치를 하는 사람, 강 속에는 배를 타고 화장재를 뿌리면서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사람, 이를 보기 위해 세계 각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특히 화장하는 장면은 절대로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이러한 장면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인도만의 독특한 통과의례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는 최근에 들어 죽음에 대한 의례가 점차 간소화 되어 가고, 가정에서 치르던 장례식도 이제 장례식장에서 행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가정마다 전통적으로 행하던 가례(家禮)는 사라진지 이미 오래 되었다.

수 십 년 전까지만 해도 거유(巨儒) 죽음에 5일장 7일장 등 유림의 장례의식이 있었으나 이마저도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 겨우 남아 있는 것이 불교의 다비식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직도 종단 스님들의 장례식은 화장장을 이용하지 않고 전통적인 산중의 다비식으로 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 장례법 보존 위한 시급한 일

불교 다비의식 사라지면 장례의식 완전히 소멸

무형문화재로 지정해 온전히 보존되기를

불교의 다비식 역사는 부처님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불교의 장례식을 시다림(尸茶林)이라고 하며, 화장의식을 다비(茶毘)라고 한다. 다비란 팔리어로 jha-pita이고, “불태우다”라는 의미인데 이를 음사하면 사비(毘), 야유(耶維)라고도 한다. 그 연유는 부처님께서 마갈타국 왕사성에 계실 때, 성의 북쪽에 있는 숲의 이름이 바로 시다림이었다.

여기에 공동묘지가 있었는데 시신을 묻거나 장례를 치르는 곳이었다. 여기에서 유래하여 우리나라에서는 망자의 명복을 기원하는 독경이나 법회, 장례의식을 시다림이라고 한다. 또 다비는 시신을 화장하는 것을 말하는데 <장아함경>, <유교경>에는 부처님의 다비의식에 대하여 설하고 있다.

인도의 화장법이 중국에 들어오면서 정례화되어 불교의 장례의식으로 정착되었다. 특히 선종에서는 이를 청규로 규정하고 엄숙하면서도 장엄한 다비식을 거행하여 조사들의 입적을 후세에 오래도록 남겼고, 사리를 수습하여 부도를 조성하였으며, 후인들의 귀감으로 삼았다. 이러한 기록은 <황벽청규>, <선림상전혼천문>과 우리나라의 각종 의식집 등에 그 절차가 자세히 남겨져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장례문화가 사라져 가고 있는 이때, 그나마 신라 문무왕 이후 1500여년의 역사를 지닌 불교의 다비의식이 원형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오늘날 승가에서도 스님들의 다비의식을 간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장례의식 중 오직 하나 밖에 남아 있지 않은 불교의 다비의식마저 사라져 버린다고 한다면,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장례의식은 완전히 없어지고 말 것이다.

얼마 전 종단의 노력으로 연등회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의 길이 열렸듯이 불교의 다비의식도 우리 전통문화적인 차원에서 보존되어야 할 가치와 필요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총무원장 스님도 문화재전문위원들에게 발우공양, 다비문화, 탑돌이 등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 바가 있었다. 이 외에도 팔관회, 방생의식, 생전예수재 등 보존해야할 불교 무형유산이 수없이 많다.

그러나 불교의 다비의식은 우리나라의 전통 장례법의 보존이라는 차원에서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종단에서 치르는 종정스님, 원로의장스님, 등 종단장이나 원로회의장 등의 다비의식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온전히 보존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불교신문 2814호/ 5월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