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저무는 연말에 날씨도 추운데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많다. 그러나 올 연말에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남아 있다. 앞으로 이 나라를 잘 이끌어갈 새 일꾼을 뽑는 중차대한 일 말이다.

요즈음 언론에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18대 대통령선거 이야기로 장식하고 있다. 여러 후보자가 나왔으니 과연 누가 이 나라를 발전시키고, 국민들의 불안한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을까?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인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뽑을 사람이 없으니 자신은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하거나 혹은 선거 날을 전후하여 어디를 간다고 계획을 세우는 사람도 종종 있다. 오늘 아침에는 우리 절의 대중 가운데도 이런 사람이 있어서 토론을 하였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회는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선거권을 얻기 위하여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하고 투쟁하여 얻어진 고귀한 가치이다.

자신을 대신하여 이 나라를 운영할 일꾼을 뽑는데 자신이 기권한다면 이것은 자신의 국민 된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고도 어떻게 정치인을 비판하고, 잘 잘못을 가릴 자격이 있단 말인가?

필자는 유학시절 일본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다. 일본 교포들이 가장 풀죽어 있는 때는 바로 선거철이다. 교포들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식민지시절에 끌려와서 일본 사람들과 똑 같이 세금 다 내고 사는데도 불구하고 선거권이 없다.

그러다보니 어느 정치인도 ‘표를 달라’라고 찾아오는 사람이 없으며, 교포들이 사는 집단지역에 대해서는 발전에 대한 아무런 공약도 없다. 따라서 항상 지역개발에 뒷전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성공하면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교포들이 있다.

그래서 교포들은 선거권을 획득하기 위해 많은 소송도 하고, 각 정당에 호소도 하지만,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는다.

이와 같이 소중한 투표권을 기권한다는 것은 자신이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권리를 포기하는 것과도 같다. 설사 후보자들 중에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고 할지라도 최소한 기권은 말아야 한다.

특히 산중의 동안거철에 수행에 전념하는 스님들조차도 잠시 짬을 내어 참여하는데 어찌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기권한단 말인가? 우리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선거 공약과 인품의 됨됨이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허울 좋은 공약(空約)만 남발하고 있지는 않는지. 가까이로는 앞으로 5년 동안 나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능력은 있는지. 또한 이 나라의 백년대계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안목은 있는지. 재임기간에 부정부패와 패거리 정치는 하지 않을지.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사람을 찍어 주고도 후회하지 않을지를 따져 봐야 한다. 그러고도 마땅한 최선의 후보자가 없다면, 차선이라도 선택하기 위해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불교신문 2873호/ 12월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