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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량을 찾는 맛 (법보신문 논설위원 칼럼 2010, 7, 5)

글쓴이 : 한보광 날짜 : 2010-07-31 (토) 20:03 조회 : 1700
[논설위원 칼럼] 도량을 찾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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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일 [2010년 07월 05일 11:34 월요일] 
 
이곳 청계산 자락에 정토도량을 구상하면서 나무를 많이 심고, 연꽃향기 가득한 도량으로 만들려고 생각하였다. 여기저기서 얻어 온 나무, 단독주택이 빌라로 되면서 보내온 정원수 등을 골고루 심었다. 그러면서도 이왕에 심는 나무일 바에야 가능하면 꽃도 보고, 열매도 따먹을 수 있는 수량을 선택하였다. 그러기를 30여년이 되다 보니 고목까지는 되지 않았지만, 아름다운 숲을 이루게 되었다.

약수터 우물가에는 앵두나무를 심고, 울타리에는 주목과 벚나무를 사이사이에 심었다. 여기에다 살구나무며, 보리수, 감나무도 심었다. 어느 날 노부부가 찾아와서 자신의 집에 60여년 된 보리수가 있는데 재개발 되면서 나무를 캐내어야 되니 절에 오는 것이 어떠냐고 하였다. 본래 나무 욕심이 많았던 탓에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처음에는 염주 만드는 보리수인 줄 알고 좋아 하여 승당 앞의 명당자리를 내주었으나 이듬해 봄에 보니 보리똥나무 혹은 쥐똥나무라고 하는 붉은 열매가 열리는 나무였다.

여기에다가 산뽕나무까지 겹치게 되었으니 봄이 되면 온 도량에 꽃이 다투어 피고 나서부터는 열매가 열리기 시작한다. 제일 먼저 익어가는 것이 앵두이고, 다음으로 벚나무에서 벗찌가 열린다. 이어 산오디와 보리수열매, 살구가 열리고, 여름이 되면 빨간 주목 열매가 익어간다. 그러다가 가을이 되면 도량의 연꽃에서 연자가 영글어 가고, 뒷산에서 감과 알밤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열매가 열려도 사중의 대중들이나 신도들은 좀처럼 맛보기 어렵다. 아직은 덜 익어 쓴 맛이 나고, 풋내가 나서 좀 더 익으면 맛보자고 하여 두다보면 어느새 없어지고 만다.

붉게 익을 틈새도 없다. 하루는 대중공사에서 하도 열매를 따먹으니 약을 쳤다고 방을 걸어 두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따먹기 위해 차마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우물가에 열리는 앵두는 약수터에 오는 사람들의 몫이 되고, 새콤달콤한 벗찌는 등산을 갔다가 내려와서 땀을 식히는 사람들의 간식이 된다.

밑에 것을 따먹다가 보니 더 높이 더 높은 곳을 향하여 가지를 휘어잡아 나무가 축 처져있다. 요즈음은 보리수열매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선다. 보리수 열매가 어찌나 많이 열리든지 가지가 휘어져서 받침목을 세워야 할 정도이지만, 조금 자라면 다 없어지고 말 것만 같다.

감나무 밑에서 나무를 흔들어 대는 사람, 새벽 예불시간 이전에 손전등을 들고 밤나무 밑을 뒤지는 사람 이들에게는 부처님에게 향 올리고 참배하는 것 보다 열매 따먹는 재미가 솔솔 한 것 같다. 때로는 점잖은 사회 저명인사들도 등산복만 걸치면 어린애기가 되는 모양이다. 아마도 그들의 집에는 이보다 더 귀한 과일이 많아도 별로 먹지 않은 터인데, 절 도량의 열매에는 왜 그렇게 체면도 염치도 버리는 것일까? 아마도 부처님의 도량에 있는 열매가 더 맛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부처님의 가피가 있어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우리가 어릴 때에 남의 참외 밭에서 서리하던 심정일까?

여하튼 간에 도량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부처님은 참배하지 않더라도 앉았다가 가는 것만으로도 큰 인연을 맺고, 포교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흐뭇한 것은 그들이 절에 와서 무엇인가 맛보고 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들의 기억 속에는 도량에서 따먹은 열매와 과일로 인해 부처님의 도량이 오래 기억 될 것이다.

이것도 포교의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라고 생각하니 무엇인가 좀 더 맛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부처님 도량을 찾는 맛이 오디처럼 달고 달다면 얼마나 좋은 인연이 될 수 있을까?

보광 스님 동국대 교수


1055호 [2010년 07월 05일 11:34]